회사 이름은 단순히 법인등기부에 적히는 글자가 아니다. 소비자가 기업을 기억하는 기준이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축적되는 중요한 브랜드 자산이다. 오랫동안 사용한 회사 이름에는 광고비, 거래 실적, 소비자의 경험과 기업의 역사가 함께 담긴다. 그런데 세계적인 기업 중에는 잘 알려진 이름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사명을 선택한 곳이 적지 않다. 어떤 기업은 기존 회사와 결별하면서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고, 어떤 기업은 하나의 제품 브랜드에 갇힌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사명을 바꿨다. 상표권 충돌이나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이름을 선택한 사례도 있다.이름을 바꾸면 간판과 명함만 교체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표권, 도메인, 제품 포장, 계약서, 광고..
회사 이름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의 Nothing이라면 소비자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기술력도 없고 제품도 없는 회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영국의 소비자 전자기기 기업 Nothing은 오히려 이 역설적인 이름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끌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애플과 삼성전자 같은 거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고, 무선 이어폰 시장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었다. 새로운 기업이 평범한 제품을 내놓아서는 소비자의 기억에 남기 어려운 환경이었다.Nothing은 성능 경쟁만으로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투명한 외관,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디자인, 제품 뒷면의 조명 장치, 독특한 점 형태의 글꼴과 같은 시각적 요소를 하나의 브랜드 언어로 만들었다. 소비자가 멀리서 보더라도 Nothing 제품임을 알아볼 수 ..
상표라고 하면 대부분 삼성, 현대, 나이키처럼 특별하게 만든 브랜드 이름을 떠올린다. 그러나 국내 상표를 살펴보면 우리가 평소 대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문장이나 감탄사, 음식의 특징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표현도 상표로 사용되고 있다.“이렇게 평범한 말도 누군가 독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단어를 무조건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표는 단어만 따로 판단하지 않고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하는지, 소비자가 그것을 특정 사업자의 브랜드로 인식하는지를 함께 판단한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 소비자가 보기에 다소 엉뚱하거나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 브랜드로 널리 사용되는 국내 이색 상표 10개를 살펴보고, 평범한 단어나 문장이 상표로 등록될 수 있는 이유를 쉽게..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이름과 문양을 닮은 제품을 판매한다면 대부분 상표권 침해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유명 브랜드는 일반 상표보다 강력한 보호를 받기 때문에 이름을 조금만 비슷하게 사용해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루이비통을 연상시키는 이름과 디자인을 사용하고도 법원에서 승리한 강아지 장난감이 있다. 바로 미국 반려동물용품 업체가 판매한 ‘Chewy Vuiton’이다. 이 제품은 루이비통 가방을 축소한 듯한 형태에 ‘Louis Vuitton’ 대신 ‘Chewy Vuiton’을, ‘LV’ 문양 대신 ‘CV’ 문양을 사용했다. 루이비통은 상표권 침해와 상표 희석, 저작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이 강아지 장난감을 단순한 모방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농담으로 ..
어느 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누가 보아도 스타벅스를 떠올리게 하는 카페가 등장했다. 간판의 형태와 초록색 로고, 메뉴판, 컵 디자인, 매장 분위기까지 스타벅스와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간판에는 익숙한 이름 앞에 단어 하나가 붙어 있었다. 바로 ‘Dumb’였다. 매장의 이름은 ‘Dumb Starbucks’였으며, 우리말로 옮기면 대략 ‘바보 스타벅스’ 또는 ‘멍청한 스타벅스’라는 뜻이 된다. 메뉴에도 Dumb Latte, Dumb Espresso와 같은 이름이 사용됐다. 유명 브랜드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따라 하고도 영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상표권 침해였을까, 아니면 법적으로 허용되는 패러디였을까. Dumb Starbucks 사례는 상표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억과 신뢰를 지..
마트 과자 코너에 가면 오리온 초코파이뿐만 아니라 롯데 초코파이와 다른 회사의 초코파이 제품도 볼 수 있다. 많은 소비자는 초코파이를 오리온이 처음 만든 상품명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상표권 침해가 아닌지 궁금해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에서 ‘초코파이’라는 단어 자체는 특정 회사만 독점할 수 있는 상표로 인정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여러 제과회사가 비슷한 제품에 이 명칭을 사용하면서 소비자에게 특정 회사의 브랜드가 아니라 초콜릿으로 코팅된 파이류 과자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상품명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코파이’라는 글자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모든 초코파이 관련 브랜드와 포장까지 자유롭게 모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명, 로고, 글자 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