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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의 악어 로고는 단순한 브랜드 상징을 넘어, 상표 유사성 판단의 기준을 만든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서 크로커다일과 수십 년간 이어진 분쟁은 2011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무엇이 혼동을 만드는가”를 명확히 보여줬다.


이 사건은 오늘날 로고 분쟁을 이해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1. 라코스테 악어 로고의 기원과 상징성

 

라코스테 악어 로고의 시작은 창립자인 르네 라코스테(René Lacoste)에게 붙은 ‘악어(The Crocodile)’라는 별명에서 출발한다.

 

그는 코트에서 패기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유명했고, 이 특징이 ‘악어처럼 물면 놓지 않는다’는 이미지로 이어졌다. 이 별명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기능을 했다.


라코스테는 악어 실루엣을 브랜드 로고로 만들며, “스포츠 정신, 자신감, 끈기”를 하나의 상징으로 압축했다.

 

악어 로고는 전 세계 소비자가 브랜드를 즉각 인식하는 강력한 시각적 요소가 되었고, 그만큼 상표 보호에서도 강한 지위를 갖게 되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라코스테 로고는 고급 이미지와 결합되며 수요자 인지도 높은 ‘저명 상표’로 자리 잡았다.


2. 크로커다일의 등장과 로고 특징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악어’를 사용하는 다른 브랜드들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크로커다일(Crocodile International)이다.


이 브랜드 역시 악어 형상을 로고로 사용했고, 아시아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의류 브랜드였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이후 적극적으로 유통되며 소비자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두 브랜드 모두 악어를 사용했지만, 악어의 방향, 입 모양, 실루엣의 디테일 등에서 차이는 존재했다. 그러나 소비자 시장에서는 “왼쪽 가슴에 붙어 있는 악어 그림”이라는 큰 인상이 겹치게 되며 혼동 가능성이 문제로 떠올랐다.


3. 두 악어가 왜 충돌했는가 – 핵심 쟁점은 ‘관념과 외관’

상표 유사성 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외관, 관념, 호칭이다.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법원은 두 로고가 형태와 칭호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관념(악어라는 상징성)에서는 동일하다고 보았다.


즉, 소비자가 상품의 출처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때, 두 악어 로고가 모두 “악어 브랜드”로 느껴지기 때문에 혼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두 브랜드의 로고가 모두 의류의 왼쪽 가슴 부분에 동일하게 배치된 점도 혼동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4. 1987년 대법원 판례가 남긴 메시지: “악어는 악어다”

라코스테와 크로커다일의 충돌은 1987년에서도 이미 쟁점이 됐다. 대법원(1987. 3. 24. 선고 86후109 판결)은 당시 판결에서 다음과 같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 로고가 약간 다르더라도
  • 소비자가 전체 인상에서 동일한 관념을 가지게 되면
  • 상표 혼동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즉, 악어 도형만 놓고 보면 배치나 세부 디테일이 다를 수 있지만, 소비자는 이를 모두 ‘악어 브랜드’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판례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상표법의 대표적 판단 기준으로 활용됐다.

 

 


5. 2011년 대법원 최종 승소 — 라코스테의 결정적 우위

 

2011년 대법원(2011. 5. 26. 선고 2010후3462 판결)은 다시 한번 라코스테의 손을 들어준다. 이 판결은 한국 시장에서의 사용 실태를 기반으로 더욱 구체적 사실관계를 제시했다.


당시 크로커다일의 국내 사용권자들은 영문 ‘Crocodile’ 글자를 옷감과 거의 같은 색으로 자수 처리해 소비자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들고, 악어 그림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 라코스테의 악어
  • 크로커다일의 악어

두 로고 모두 영문표기보다 악어 형상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라코스테 브랜드는 이미 한국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판결문은 “상품 출처의 오인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보았다.

 

이로써 라코스테는 한국에서 악어 로고에 대한 강력한 독점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6. 왜 ‘동물 로고 분쟁’은 이렇게 어렵나?

악어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동물은 사실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보통명칭적 형상’에 가깝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전체 인상이다.

 

예를 들어,

  • 악어가 입을 열었는지,
  • 꼬리가 위로 휘었는지,
  • 몸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

이런 요소의 미세한 차이는 법적으로는 중요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눈에는 단순히 “악어 그림”으로 남을 수 있다. 이는 상표법의 근본적 문제이자 동시에 브랜드가 본질적으로 예민해야 할 영역이다.

 

라코스테의 사례는 “동물을 로고로 쓸 때 얼마나 쉽게 혼동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교과서적 판례다.


7. 이 사건은 오래되었지만 지금 더 필요하다

 

2011년 결론 난 사건을 2025년에 다시 다루는 이유는 분명하다.


요즘 브랜드들은 로고 리뉴얼을 자주 하고,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심벌 중심 디자인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SNS 시대에는 로고가 이미지로 확산되며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따라서 과거 판례라도, ‘로고 유사성’ 판단의 기준을 설명할 수 있는 콘텐츠는 지금 독자에게 충분히 가치 있다.

 

특히 다음 이유에서 더욱 그렇다.

  1. 요즘 소비자는 브랜드 히스토리·분쟁 스토리를 좋아한다.
  2. 로고 유사성은 창업·디자인 업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3. 저작권·상표권 교육 콘텐츠의 수요가 증가했다.
  4. 악어 로고는 대중이 모두 아는 이미지라 이해가 쉽다.

즉, 오래된 사건이지만 지금 다시 설명하면 오히려 트렌드와 결합된 흥미 콘텐츠가 된다.


8. 악어 로고가 남긴 교훈

라코스테와 크로커다일의 상표 분쟁은 단순히 로고가 닮았다는 이유로 벌어진 싸움이 아니었다. 이는 브랜드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키고, 소비자 혼동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분쟁이었다.

 

라코스테는 악어 로고의 상징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쌓아왔고, 그 결과 법적 판단에서도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반면 크로커다일은 브랜드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었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사용 방식이 문제를 키우며 소비자 혼동 가능성을 높이게 되었다.

 

오늘날 브랜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로고가 기업의 얼굴이 되는 시대에서 이 사건은 여전히 유효하다.
“로고는 작지만, 로고가 만든 전쟁은 결코 작지 않다.”


라코스테 악어는 그 상징성만큼이나 법적 영향력에서도 ‘물면 놓지 않는’ 강한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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